티스토리 뷰



17년 5월, 1년간 인턴을 하기 위해 미국 LA로 출국해야했고 1년간 덕질을 못 한다는 사실은 꽤나 슬픈일이었다.

엣지콘도 못가고, 2번째 캐랜도 못갈거고, 미국에서 덕친들이 이것저것 하는걸 구경만 해야한다니.

미국에 있는 동안 월드 투어 해달라고 빌었다. 물론 그때는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일어날거라고 여기지도 않았고,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출국날, 경유지 일본 나리타 공항에 내려서 와이파이를 켰더니 아니 글쎄 월드투어 공지 알람이 떠있더라. 미친.

공항에서 비명지를뻔 했다. 근데 그 와중에 LA를 안 가길래 어떤 머리에 총맞은 투어 기획팀이 북미투어 가면서 투어 도시에 LA를 안 넣냐고 성질 냈었다. Kcon LA 때문인줄도 모르고.



비행기값 수백 들여서라도 올콘을 하리라 다짐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았고, 최선의 선택이 시카고콘이었다.

케이콘을 갔었다면 몸도 통장도 편했겠지만, 하이터치고 뭐고 다 '랜덤' 이라고 해서 빠른 포기. 어차피 티켓값은 비슷한데 그럴거면 콘서트를 가지 케이콘을 왜 감?



하지만 미국 티켓팅에 대해서 하나도 몰랐기 때문에 그날 부터 폭풍 구글링. 몰랐는데 한국콘 캐럿 선예매처럼 미국 투어도 Pre-sale 기간이 있더라. 뭐 My Music Taste라고, 이 가수를 우리 도시에 오게 해주십시오! 하고 청원(?)같은걸 하는데 그게 어느 포인트 이상 모이면 MMT측에서 그 아티스트 회사랑 컨택을 해서 공연을 유치시키고... 아무튼 그런 회사가 있는데 거기서 청원을 한 사람에 한해서 Presale code를 주고, 그 코드가 있는 사람만이 선예매를 할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이었다.



난 투어 할 줄도 몰랐는데 그런 사이트가 있는줄 알았겠나. 당연히 몰랐지.

시카고 공연장인 Rosemont Theatre는 공연장 자체가 작아서 어디 앉든 잘 보인다고 했다. 문제는 VVIP, VIP석. 좌석 자체도 가까웠지만 그 둘은 무려 '하이터치' 이벤트를 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세븐틴을 코앞에서 보려면 팬싸말고는 없는데, 내가 팬싸를 갈 수 있을 확률은 로또맞거나 팬싸 적금을 한 2년 들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이역만리 타국 땅에서 세븐틴을 코앞에서 보고 손바닥 마주칠수 있는 다이아같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나에겐 코드가 없는걸. ^^.....

코드를 돈주고 사려고 트위터에 올렸지만 파는 사람은 없고 사는 사람만 있는 사태에 결국 구하지 못했다. VIP석도 물론 대부분 그때 다 팔리고 없었다. 그래, 미국땅에서 세븐틴을 보는게 어디야. 라고 생각하고 General Sale때 그래도 그나마 1층 가운데 구역 좋은 자리를 얻었다. 구글에 그 구역 시야 찾아보니까 생각 외로 엄청 괜찮아서, 매우 만족하고 있었는데,


그 전에, 티켓팅도 하기 전에 나는 시카고콘 오픈 카톡방을 찾아냈고, 거기서 요긴한 정보들을 속속들이 주워듣고 있었다. 아무튼 콘서트 바로 전날, 시카고 갈 마음에 들뜨고 세븐틴 볼 생각에 들뜨고, 일이 손에 안 잡혀서 회사에서 채팅방이나 들여다보고 있는데 누가 '야 VIP석 몇개 풀렸어!!' 라고, 3분전에 카톡을 했더라고.



와, 내가 설마하고 들어가봤는데, 정말 있더라. 에이, 이선좌나 뜨겠지, 했는데 결제창으로 넘어가더라. 손이 미친듯이 떨리기 시작했다. 가기 전날이라 이미 항공+티켓값+숙박비+관광지 패스 등등... 하여튼 돈을 많이 써서 출혈이 컸지만.. 집 렌트비 모아놓은데에서 일단 돈 땡겨 쓰고 뒷일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콘서트 하루 전날 VIP티켓을 샀다. 갑자기 하이터치를 하게 되었다. 티켓 결제 승인 나고 모니터 앞에서 울뻔했다. 당연히 동네방네 자랑했다.


Confirmation email. 217달러짜리 티켓 ㅠㅠ


아, 다행히 처음에 샀던 티켓은 구역이 좋아서인지 금방 되팔았다. 진짜 그거 안 팔렸으면 집값 못내서 길바닥에 나앉을뻔했다.



여담이지만 미국 티켓은 이따위로 생겼다. 양인들의 디자인이란.... 하아...



대망의 콘서트 날.

아침 9시 비행기여서 집에서 5시 반에 나왔다. 새벽 3시 반에 일어나서 내가 학사모 사진 찍던 날 이후로 가장 빡센 화장을 했다. 원래 화장 15분컷이었는데 그날은 1시간 반 걸렸다. 속눈썹까지 붙였었으니까....ㅎ... 어차피 하이터치 해봤자 오빠들은 내 얼굴 기억도 못할텐데.





하이터치때문에 집 밖에 나오는 그 순간부터 심장이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다. 내가 심혈관계 질환이 있었다면 시카고 도착도 전에 기절해서 다시 LA로 실려갔을지도 모른다. 어느정도였냐면 하루종일 배가 하나도 안 고팠다. 생각해보니 그날 하루종일 먹은게 물한병+미니 초코칩 한봉지가 다였다.


근데, 착륙하고 데이터 켜자마자 보이는 공포의 ‘안녕하세요,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입니다’.

순영이가 급성 장염으로 아파서 콘서트를 못한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
이 먼 땅에서 급성장염이라니. 그 밤에 얼마나 아팠을까 ㅠㅠ... 훌쩍..
그리고 그 와중에 새벽에 응급실 갔으면 병원비 장난 아니었을텐데. 라는 생각이 어쩔 수 없이 들었던 미국에서 함부로 아플 수 없었던 외국인인 나...


공항에 내려서 우버 타고 콘서트장 가는데 날씨는 또 얼마나 좋은지.
한국 처럼 공연장 주변에 뭐라도 있을 줄 알고 좀 일찍 갔는데 레알 아무것도 없었다. 포스터 한장 안 붙어 있었다. 이괴모야 :(




들고 간 쿱퍼로 인증샷 찍고, 내 표 팔았던 친구들이 안내해줘서 하이터치 팔찌 교환하고, 나눠주던 슬로건을 받았다. 한국어 슬로건이라니.


기다렸다 입장하는데 와... 시야가 미쳤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더 앞으로 자꾸 가길래 자리 앉으면서 ‘어떡해... 미쳤어 어떡해...’만 연발했었다. VVIP는 진짜 무대 바로 밑이더라. 손만 뻗으면 애들이 잡힐만큼.




미국의 케이팝 문화를 꽤 많이 느끼고 왔던 콘서트였다. 무슨 말이냐면, 일반 좌석보다 비싼 VIP석인데 (200불도 넘는) 세븐틴을 잘 모르는것 같은 사람들이 그 돈 주고 티켓을 사서 콘서트를 보러 왔다. 내 옆자리 사람들 대부분이 그런 것 같았다. 내 주변이 나중에 풀린 티켓이라 그런 걸수도 있지만. 여튼 좋아하지 않는데 하이터치를 할 수 있는 좌석을 산다는것에서 일단 놀랐다. 오픈카톡방에서도 느꼈지만, 케이팝 아이돌 그룹이 미국에 투어를 오면 일단 가는 사람이 많았다. 약간 가장 중점적으로 좋아하는 그룹이 하나 있고, 그 외에도 두루두루 다 좋아하는 분위기랄까. 한국은 일편단심이 스탠다드인데 반해.
(옆자리 혼자 온 여자분이랑 조금 친해졌는데, 그 사람은 몬베베였다.)

We gonna make it shine들으면서 울었는데 세븐틴을 자세히 모르니까 그 노래가 무슨 의미인지를 몰라서, 내가 그저 엄청 광팬이어서 우는 줄 알더라.




콘서트 내용은 굳이 안 적을거다.

다만 My I랑 If I를 제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권순영 없는 샤다는 너무 슬펐다.


일단 괜히 너무 뿌듯했다. 공연 전에 뮤직비디오 틀어주는데 미국팬들이 후렴구나 영어가사를 다 따라 부르고, 이렇게나 글로벌하게 사랑받는구나 너네 ㅠㅠ

한국인이 정말 거의 없었다. 나는 그래도 미국 거주 한국인 캐럿들이 올거라고 생각했는데 95%이상이 미국 사람이었다. 나만 한국말해서 조오금 뻘쭘했었음.

공연 분위기는 한국이랑 달랐다. 일단 소리를 엄청 지른다. 멘트 와중에도 다들 소리지르느라 바빠서 녹음 딴거 하나도 못알아들었다. 뭐, 나라도 내 나라에 내 외국 최애 가수가 오면 그럴거 같아. 응원법이 하나도 안 들리는 것도 신세계였다. 언어의 장벽을 몸소 느꼈다고 할까. 혼자 열심히 했다 (....)

진짜 짜증났던건 대포만 잡고 폰카는 그냥 내버려둬서, 대체 공연을 보러 온건지 공연을 촬영하러 온건지 모르겠는 인간들이 좀 많았다. 휴대폰 화면좀 치워요, 애들 안보여.

근데 미국 가방 검사를 뚫고 대포카메라 들고 들어간 사람들은 진짜 대단... 가방 안에 플래시로 비춰보고 그러는데 그걸 뚫었어? 대단해...


아, 그리고 외국팬분들이 들으면 재수없게 느낄지 모르겠지만. 애들 말과 노래가사를 통역을 거치지 않고 바로 알아들을 수 있다는건 진짜 완전 엄청난 메리트였다.

통역을 거치니까 그 말의 느낌이 뚝 떨어지는게 느껴지더라. 한국인인게 처음으로 좋았던 순간.
(승관이가 ‘대박이에요’ 라고 했는데 통역분이 그냥 ‘it’s 대박’ 이라고 통역 하셔서 빵터졌음)

근데 슈아랑 버논이가 영어로 말할때 함성소리 때문에 제대로 못 알아들은게 몇개 있다는건 함정...

아 그리고 슈아 버논 제외한 멤버들이 영어로 말할때 자꾸 앞에 ‘영어를 잘 못하지만,’ 같은 말 붙여서 속상했다. :( 비영어권 사람이 영어가 유창하지 않은게 부끄러운게 아닌데. 통역사가 계신데도 영어로 팬들한테 인사해주는것 자체가 엄청 고마운 일인걸 얘들아ㅠㅠ


콘서트가 끝나고 대망의 하이터치.
너무 긴장해서 심장을 뱉을 뻔 했다. 그냥 가만히 서있어도 심장이 겁나 세게 뛰는게 느껴질 정도.
대기하는 내내 무슨 말을 하지, 사랑한다고 해야지. 잘생겼다고 해야지, 와줘서 고맙다고 해야지.

우리 라인 줄 서라고 하는데 그때 너무 흥분해서 옆자리 친구한테 아무말이나 막 한거 같다.

‘왼손 들고 셀폰 집어넣으세요’
시큐들이 계속 소리치고 정신없이 통로를 지나는데 갑자기 눈 앞에 찬이를 시작으로 세븐틴이 나왔다. 예상치도 못한 타이밍에 찬이가 나오는 바람에 면전에다 대고 ‘허억’하고 놀라버림...

‘와줘서 고맙습니다’ ‘고생많았어요’ ‘감사합니다’
세마디 밖에 못했다. 눈 앞에 있으면 사랑한다는 말이 저절로 나올 줄 알았는데 막상 코앞에 있으니까 아무말도 안나오더라...

정말 순식간이다. 눈 부릅뜨고 있었지만 애석하게도 몇몇 멤버만 얼굴이 기억이 난다. ㅠㅠ

하이터치를 녹음하는 미친짓을 감행하였는데 (정작 내 옆사람 목소리가 더 크게 녹음됨) 디노랑 도겸이가 내 말에 대답도 해줬었는데 기억을 못 하고 있었다. 이 빠가사리야 ㅠㅠ

하이터치 끝나고도 문 앞에 기웃거리면서 뒤통수라도 찍겠다고... 찍은 하찮은 결과물.
삶이 힘들면 하이터치때 생각하면서 산다 ㅠㅠ



퇴근길까지 보고 숙소에 돌아갔다. 지금 생각해도 신기한 경험, 내가 언제 북미 투어를 또 가보겠냐. 미국에서 만나니까 오백배 더 반가웠던 세븐틴. 덕분에 힘든 미국 생활 잘 버텼던거 같다. 와줘서 고마웠어 ㅠ_ㅠ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5/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