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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9월 1일, 오드콘을 마치고 집에 와 뻗으며 그땐 몰랐을거다.
그 콘서트를 끝으로 장장 2년 7개월여를 못 만나게 될줄은. 알았으면 내가 대출을 땡겨서라도 월드 투어에 따라갔을테니까. 이제 다음은 4번째 캐랜이 되겠지 그냥 그게 당연한거니까 다음 해 겨울, 혹은 초봄을 기다렸다. 캐랜도 이제 체조에서 했으면 좋겠다~ 하는 바람을 안고.
2020년 초에는 그저 여름 쯤엔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여름이 다가오는데 역병이 가라앉을 기미가 안 보이자 불안했다. 다른 가수들의 온라인 콘서트 소식이 줄줄이 전해지며 우리도 온라인으로 하겠거니 그제서야 조금 체념했다. 그래도 내년엔 하겠지, 조금의 희망을 가졌었다. (무엇을 했는지 사실은 기억도 잘 안나는) 4번째 캐럿랜드가 단 한번의 온라인 공연으로 끝이 났다. 모든게 다 어색했다.
공연 당일 일어나서 평소보다 더 많이 꾸미고 더 많은 짐을 챙겨서 덕친들을 만난 후 공연장에 가서 여기저기 줄을 서고 입장 전부터 지쳐서 주저앉았다가 공연장에 입장하는 순간 그 모든 피로가 달아나는, 그 일련의 과정들이 모조리 생략된 공연. 공연이 끝나고 나서도 집에 오기까지의 긴 여정이 필요없이 그냥 모니터의 전원을 끄면 바로 나의 현실로 돌아오는 그런 공연. 세븐틴은 4시간을 함께 해 줬지만 나는 그 허무함이 너무 낯설었고 또 슬펐다. 그 역병은 그 뒤로 오래도록 (지금까지) 가라앉지 않았고, 그 뒤로도 5번째 캐럿랜드와 2번의 콘서트를 화면으로만 만나야했다.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했을거다, 우리의 가수가 이젠 AI가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그동안의 나는 조금씩 울분이 쌓여 갔다. 내 가수는 여전히 앨범을 내고 방송에 나오고 공연을 하는데 그 실체를 볼 수가 없었다. 나는 영통 팬싸도 몇 번 했고 물론 다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지만 그걸로는 해소가 전혀 되지 않았다. 좋아하는 마음이 없어지진 않았지만 그냥 내 앞에 거대한 유리벽이 세워진 기분이었다. 그런 마음으로 2년 반을 버텼다. 2016년 입덕 이래 제일 위기였다.
2022년이 되고 나서야 규제가 조금씩 완화되고 다른 가수들도 하나 둘 오프라인 콘서트를 재개했다. 각종 금지사항이 많았지만 그냥 오프라인으로 만날 수 있단 사실만으로 팬덤이 환기 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때를 기다리다 결국 여름에만 2번을 해버린 캐럿랜드가 제 자리를 찾으며 오프라인으로 열린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솔직히 재계약 소식 다음으로 좋았다. 써먹을 일도 없어서 나는 캐럿 연장도 안해놓은 상태였다. 공지 뜨자마자 캐럿 가입부터 다시 했다. 그리고 빌었다. 제발, 제발 추첨이 아니게 해주세요. 다행히 티켓팅이었고, 나는 무조건 3일을 다 가야만 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걸 다 동원해서(?) 어째 티켓은 다 구했다. 전부 뒷구역이었지만 뭐 어때요 같은 공간에 있을 수 있으니 그거로 된 거 아니겠어요? 3월 말의 야외콘 좀 겁나긴 하지만 그것도 뭐 어때요.
3월 25일. 티켓도 구했고 회사에 금요일 조퇴 허락도 받았고 남은건 역병에 걸리지 않는 것 뿐이었다. 회사 사무실의 절반이 확진되는 와중에도 나는 역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 발악을 했다. 마트도 가지 않았고 점심도 책상에서 먹었고, 집과 회사 외엔 아무데도 가지 않았다. 덕분인지 아직도 무사하다. 그렇게... 2년 7개월을 기다린 오프가 왔다.
공연 며칠 전 까지도 실감이 안났다. 진짜 하는건가? 진짜 애들 보는건가? 하루 전날이 되서야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가만히 있어도 심박이 널을 뛰고 입술이 마르고 기분이 붕붕 뛰는것 같았다. 당일날은 그냥 점심에 입맛도 다 사라져서 대충 작은 컵라면 하나로 겨우 떼웠다. (물론 퇴근하니 배가 고파서 서브웨이 사먹고 감... ^_^) 종합운동장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너무 행복했다. 미터기에 5만원이 찍혀있어도 행복할것 같았음. 서론 끝, 본격 캐럿랜드 후기.
오프를 2년 반 안했더니 잊고 있었다. 우리의 세븐틴은 비븐틴이었다는걸.... (거 질투가 너무 심한거 아니오?) 캐랜 전엔 내내 맑고 화창했는데 하필 캐랜날 저녁부터 비 소식이 있었다. 우린 야외콘.
어쩔 수 없었다. 비가 오고 우박이 내리고 강풍이 불어도 가야만 했다.
(혹시 몰라 우비를 사들고 갔는데 본인 확인하고 우비 나눠주긴 하더라.)



클래퍼를 받아들고 입장해서 무대를 보자마자 소름이 훅하고 끼쳤다.
(이 조명, 습도, 온도..... 🥺)
날이 너무 흐리고 강바람은 추웠지만 들어가자마자 행복했다.
오프닝부터 눈물을 줄줄 흘렸다.
오프닝 VCR이 끝나고 샤다 전주와 함께 문이 열리고 13명이 보이는데........ 그냥 보자마자 눈물이 왈칵 났다.
진짜 너무너무너무 보고 싶었고 그리웠던 장면. 온전한 13명을 실제로 마주하기 까지 너무 오랜 시간을 기다렸기 때문에. 수천명의 소고 소리를 듣자마자 다시 웃음이 났다. 전혀 예상했던 소리가 아니었다. 아마 그건 애들도 마찬가지 아니었을까. ㅋㅋㅋㅋ
인어공주도 아니고 목소리를 낼 수 없어서 열심히 소고만 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좀 슬펐지만 그래도 열심히 쳐줬다. 왕댯님! 왕댯님! 은 못해줘도 둥둥 둥둥 열시 십분이라도 들려 줄 수 있어 다행이라 해야하나.
팀장 정하기 게임 MC는 디노가 했는데 퀴즈도 퀴즌데 구호갘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도나도 디노님 디노님 하는데 귀엽고 웃겼다.
먹시태그 나왔는데 진짜 솔직하게 피자 대동여지도 말고 하나도 몰랐음...ㅎ (TMI : 나랑 덕친들은 맛집투어 같은거 안함. 오로지 마라샹궈만 먹으러 감) 우지 해시태그- #우지를삼킬순없잖아 맞추기 였는데 넘 찰떡이라 웃겼음. 그치만 이우지 귀여우니까 자바머거
퀴즈 서로 맞추려고 투닥거리고 난리바가지인 광경도 오랜만에 보니 그것도 좋았음 ㅠ_ㅠ 팀전 퀴즈땐 나 진짜 벌칙 듣고 감동받았잖아... 그냥 재미로 하는 앙케이트인줄 알고 슥 보고 하하하 웃고 넘겼는데 그걸 보여준다고요? 소고 뚫을 기세로 마구 쳤더니 애들이 소고소리 너무 큰거 아니냐고 뭐라함. 너네가 우리 돼봐(?) 안 좋을수 있겠어? ㅋㅋ 번역기로 들려주는 가사 듣고 세븐틴 노래맞추기랑 노래방 반주 듣고 KPOP 노래 맞추기를 했는데.... 번역기는 진심으로 외계어인줄. 이젠 노래가 하도 많으니까 다들 자기 파트인데도 가사를 다 몰라 ㅋㅋㅋㅋ (승관이가 너무 찰지게 실패~ 할때마다 웃겼음)
노래방 반주는 그냥 애들이 춤 춰줘서 좋았다 'ㅁ' 승철이 돌핀 볼 수 있어서 :D T팀이 졌고 그로 인한 벌칙으로 애들이 했던 안 어울리는 노래들. 나 문준휘 삐딱하게에 중독돼서 지금 1일 1휘딱하게 중임. 허세 0의 그 순수한 가창법이 너무 좋아 준휘야... 하나도 안 삐딱하게 들림
정한 : 제시 - Cold Blooded
슈아 : 블락비 바스타즈 - 품행제로
명호 : 호시 - 호랑이파워
준휘 : 지드래곤 - 삐딱하게
이때부터 비가 조금씩 오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땐 몰랐다.... 그렇게 홍수처럼 쏟아질 줄은....
Fallin flower는 진짜 직접 눈으로 꼭 봐야되는 최고의 퍼포먼스... 영상으로만 볼때도 극락이었는데 실제로 보니까 그냥 천국이 따로 없음. 한국어로 번안한거 불러줘서 너무 좋았고 거의 넋놓고 봤다.
중간 VCR로 부릎팍 도사 나왔는데 컨셉 미쳤고 역시 캐럿의 개그맨 세븐틴 다움. 이때 비가 너무 많이 오기 시작해서 춥고 힘들었는데 부릎팍도사 너무 재밌어서 그 와중에도 깔깔댔다. 단다라랑 홍흥호씨 데뷔 소취합니다. 원 앤 투 앤 스텝을 맞춰서~ (승관이랑 같이 앨범 발매 얘기 하길래 부석순 나오나 조금 기대했지만 그건 아니었던걸로 ㅋㅋ)
유닛 체인지는.....
아러브 한솔이 보컬이 너무 좋았다는 것과 .....
비 맞은 김민규 마불지로 그냥 다 끝났음 ; 미쳤음 끝나고 다 김민규 마불지 얘기만 하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이해가 감.
뒤로 갈수록 진짜로 비가 미친듯이 왔다.
옷 위에 우비를 입고 가방도 덮고 무릎위에 우비를 하나 더 겹쳤는데도 가랑이로 자꾸 빗물이 흘러 들어와서 졸지에 바지에 쉬한 사람 됨. (근데 나만 그런게 아니라서 다행이었음)
샤워할때도 물줄기를 이렇게 오래 맞아 본 기억이 없는데... 서울 엣지콘은 못가서 그날의 분위기는 모르지만 가만히 앉아서 내리는 비를 쫄딱 맞고 있지만은 않았으니 이것보단 낫지 않았을까.
그래도 위안이 됐던 건 우리 비 맞는다고 공연 내내 걱정해주고 마지막 멘트때 같이 비 맞자며 의자를 앞으로 당겨 앉아 주던 이 스윗한 사람들 ㅠㅠ.. 감기라도 걸리면 큰일나는 건 우리가 아니라 정작 너네였을텐데 8ㅅ8
비도 오고 해서 평소엔 기본 15분 이상이던 개인 엔딩 멘트가 10분만에 뚝딱 끝났다. 우린 우비라도 입었지, 내리는 비를 그대로 쫄딱 맞아서 온통 젖은 모습으로도 한결같이 우리 걱정만 해주던 따수운 나의 세븐틴. 감기약 먹고 (피곤해서 따뜻한물에 샤워는 못했어.... 미안...) 자서 그런지 몰라도 다행히 감기는 안걸렸다 얘들아. 칭찬해라.
그 와중에도 할 말은 해주는 우리 리더씨. '재계약을 하고도, 내가 이 일이 좋아서 하는 건지 아니면 내가 지금 쥐고 있는 것들을 놓고 싶지 않아서인지' 많이 고민하고 힘들었다는 쿱스. 그렇지만 우리를 다시 만나니 왜 이 일을 계속 해야 하는지, 느끼게 되었다는.
이 시국이 도래 하지 않았다면 네가 그런 고민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늘 고마운 건 그런것들을 담아 두지 않고 늘 우리에게 이야기 해준다는 것.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로 여겨주어 고마운 우리 승철이.
이번 캐랜의 화룡점정은 진짜 토롯코가 아니었나 싶다. 나는 그냥 뒷구역이어도 캐랜을 갈 수만 있으면 된다는 심정으로 온건데. 세븐틴은 그런 우리를 굽어 살피시어 친히 토롯코를 타고 뒷구역으로 와줬다
。゚(゚´Д`゚)゚。 두개의 토롯코를 타고 손을 흔들며 뒷구역으로 와주는데 아 진짜 그간의 분노 설움 울분 미움과 증오 그 모든게 달아나는 기분. 진짜진짜 최고 였다 1열 부럽지 않았다.

그치만 눈앞에 우리 애들이 아주나이스를 부르며 서있는데도 그저 손만 흔들수 밖에 없는게 너무.......... 답답했다. 다리 다친 나는 할수 있었대도 차마 못했겠지만 무한 아나스 클럽이 개장했어도 자리에서 감히 일어나지도 못하고 팔만 동동 거릴 수 밖에 없는 그 기분이란.
그렇지만 돌이켜보니 모두가 추위속의 폭우를 피하지도 못하고 쫄딱 맞으며 덜덜 떨던 첫콘이 가장 광기의 밤이 아니었나 싶다. 2년 반만의 오프 + 첫콘 버프 + 폭우 버프(?).
진짜 어떤 의미로든 평생 못 잊을 캐랜 중 하나로 남을 것...
정말 너무 힘들어서 집에 가서 야식을 씹어 삼키는 것 조차 힘들어서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왔던 첫콘 후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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